<이레셔널 맨> 고통스러운 교훈과 인과응보

이레셔널 맨 <Irrational Man, 2015>

잘 나가는 철학 교수 에이브 루카스 철학계에서 꽤나 유명한 그가 이곳 브라일린 대학으로 전임 온다는 소식에 학교가 들썩이고 있었다. 에이브에 관한 소문은 끝이 없었고 이상주의자이자 염세주의자인 에이브는 이상과 다른 현실에 지독한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에이브의 눈에 한 학생이 들어오고 심오한 문답들을 주고받으며 질은 독창적인 사상의 소유자 에이브에게 빠져드는데 에이브와의 대화 이후 질의 머릿속은 온통 그의 생각뿐이었다. 그날 밤 평소 에이브를 흠모하던 동료 교수가 그를 유혹하려 하고 하지만 깊은 우울감에 삶의 의지조차 없는 에이브는 정신을 넘어 육체까지 망가져가고 있었다. 그러다 학생들과 함께한 홈파티에서 러시안룰렛을 설명하는 학생의 총을 빼앗아 자신의 머리에 겨냥하는 일이 벌어지고 에이브의 이런 연약하고 자기 파괴적인 모습에 질은 모성 본능을 느끼며 더욱 끌리게 된다.

고통스러운 교훈

이후에도 질은 위태로워 보이는 에이브의 곁을 항상 지켜주었는데 카페에서 우연히 듣게 된 뒤 테이블의 심각한 이야기에 두 사람은 귀를 기울이고 억울한 판결을 받아 양육권을 빼앗기게 된 사연이었다. 이야기를 엿들은 에이브는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들고 사회의 악 슈팽글러 판사를 죽일 생각에 묘한 흥분감을 느낀다. 그날 이후 에이브의 삶에는 활력이 넘치는데 이후 잃었던 성 기능도 정상으로 돌아온다. 에이브는 본격적인 슈팽글러 판사 응징하기에 앞서 그의 뒷조사를 시작한다. 기분이 좋아진 에이브는 내친김에 질과 놀이동산에 간다. 직감으로 찍은 룰렛의 번호가 당첨되고 질은 상품으로 작은 플래시를 선택한다. 그렇게 데이트를 즐기지만 또다시 에이브는 그녀의 마음을 거절한다. 에이브의 마음속은 온통 판사를 응징할 생각뿐이었는데 기록을 남기지 않고 청산가리를 구해야 했던 에이브는 동료 교수 리타의 가방을 뒤져 화학 실험실 열쇠를 얻게 된다. 에이브는 판사의 반복되는 일과 속에 그를 처리할 완벽한 장소를 찾아낸다. 청산가리를 탄 오렌지 주스를 바꿔치기하는 에이브 이후 그에 대한 소식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고 이 일로 에이브는 커다란 성취감에 사로잡힌다. 기쁜 마음의 질과 축하 자리를 만든 에이브 질은 이 사건이 에이브의 짓이란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기분이 좋아질 때로 좋아진 에이브는 질의 마음을 받아준다.

제자와의 연애에 에이브는 약간의 죄책감이 들지만 지금의 행복은 예전엔 미처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판사의 사인이 심장마비가 아닌 타살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었는데 하지만 몇 주가 지나도 경찰들은 살인 사건의 단서를 찾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저지른 완벽 범죄에 만족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에이브는 이 모든 대화를 그저 즐기고 있다. 그날 저녁 질의 가족들과 식사 자리에서도 판사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어느새 이들은 범인의 살인 방법을 추측하기 시작한다. 얼마 후 질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서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에이브와 잠자리를 가졌던 리타 교수가 슈펭글러 사건의 범인이 에이브라고 주장한다는 것이었다. 리타의 말이 마음에 걸렸던 질은 그녀를 찾아가 직접 묻기로 하는 데 그리고 더욱 결정적인 증거에 그녀의 말을 떨쳐보려 하지만 에이브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가 없던 질은 그에게 물어보지만 적당히 둘러대는 에이브 그러던 어느 날 에이브가 화학실에 있었으며 유독물질함 키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과응보

그녀 앞에서 일단 아니라고 하지만 확실한 정황 근거에 사실을 고백하는 에이브 하지만 살인까지 이해할 수 없었던 질은 이별을 통보한다. 에이브는 이곳에서 마지막 몇 주를 보내고 유럽으로 넘어갈 계획을 세우지만 무고한 이가 범인으로 몰리자 질은 에이브를 찾아가 자수를 권하는데 평소 내뱉어 오던 말과 달리 비겁한 행동을 보이는 에이브 하지만 그에게 자수할 마음 따위는 없었는데 이제서야 알게 된 삶의 기쁨을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질이었고 마침내 질을 만난 에이브는 그녀를 안심시킨 뒤 그때 놀이동산에서 받은 플래시를 밟고 엘리베이터 아래로 떨어져 허무하게 죽게 된다.